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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뉴스에서는 연일 최고 효율을 경신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왜 우리 주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까요?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의 길이 멀고 험난하기만 한 그 속사정, 혹시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사실 많은 연구자와 기업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마치 눈앞에 보물을 두고도 열쇠를 찾지 못하는 상황과 같죠. 지금부터 그 숨겨진 진짜 이유 3가지를 속 시원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숨은 과제
- 치명적인 약점, 수분과 열에 너무나 약한 내구성
- 크게 만들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효율의 문제
- 환경과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납(Pb)의 독성
고질적인 안정성 문제, 비 오는 날엔 발전도 못 하나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안정성’과 ‘내구성’ 문제입니다. 아무리 광전 변환 효율이 뛰어나도 수명(life time)이 짧아 금방 망가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특히 페로브스카이트는 물과 산소, 열, 그리고 심지어 빛에도 매우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나 눈이 오는 환경은 물론, 햇빛이 강한 날에도 스스로 열화(degradation)되어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수분과 산소, 빛과 열에 의한 열화 현상
페로브스카이트의 독특한 ABX3 결정 구조는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쉽게 변형되거나 분해됩니다. 수분이 침투하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 자체가 무너져 버리고, 산소와 만나면 산화되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강한 빛이나 높은 열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에도 내부 유기물이 변성되거나 결정립계(grain boundary)에 결함이 발생하여 전하 재결합(charge recombination)이 일어나면서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는 곧 태양전지로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 기관에서 ‘봉지 기술(encapsulation)’ 또는 ‘캡슐화’를 통해 외부 환경으로부터 페로브스카이트 층을 완벽하게 차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외부 수분과 산소의 침투를 막는 것이 핵심인데, 얇은 박막 형태로 제작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특성상 완벽한 봉지는 매우 어려운 기술적 과제입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UNIST 공동연구팀은 불소를 활용하여 수분 노출을 막고 효율을 높이는 유기 정공 전달층 물질을 개발하는 등 소재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연구개발(R&D)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면적화의 딜레마, 크기가 커지면 왜 약해질까
실험실 수준의 작은 셀(cell)에서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버금가는 높은 효율을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상용화를 위해 패널(panel) 크기로 면적을 넓히는 순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큰 장벽입니다.
균일한 박막 형성의 어려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주로 ‘용액 공정(solution process)’을 통해 만듭니다. 잉크를 뿌리듯 기판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을 얇게 코팅하는 방식인데, 스핀 코팅이나 잉크젯 프린팅 같은 기술이 사용됩니다. 작은 면적에서는 비교적 균일한 두께와 높은 품질의 박막을 만들 수 있지만, 면적이 넓어지면 용액이 고르게 퍼지지 않고 뭉치거나 결함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광흡수층, 전자 전달층, 정공 전달층의 에너지 준위가 불안정해져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고 효율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산화주석(SnO2) 나노입자 분산액의 산성도를 조절하여 대면적에서도 결함이 적고 균일한 전자 수송층 박막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대면적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신문을 인쇄하듯 저렴하고 빠르게 태양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롤투롤(Roll-to-Roll) 공정의 가능성을 열어주어,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웨어러블 기기, 차량 선루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유연성(flexibility) 있는 태양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됩니다.
| 구분 | 실리콘 태양전지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
|---|---|---|
| 제조 공정 | 고온·고진공 공정, 복잡하고 비쌈 | 저온 용액 공정, 간단하고 저렴함 |
| 유연성 | 딱딱하고 무거워 적용 분야 제한적 | 얇고 유연하며 가벼워 활용 분야 다양 |
| 대면적 효율 | 기술 성숙으로 대면적 효율 우수 | 대면적화 시 효율 저하 문제 발생 |
| 안정성/내구성 | 20년 이상 수명 보장, 안정성 높음 | 수분, 산소, 열, 빛에 취약해 내구성 낮음 |
환경오염의 주범, 납을 대체할 수 있을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납(Pb)’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고효율을 내는 대부분의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구조 안정화를 위해 납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납은 잘 알려진 독성 물질로, 인체와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Pb-free, 친환경 소재 개발의 필요성
태양전지 패널이 파손되거나 수명이 다해 폐기될 경우, 내부에 있던 납이 외부로 유출되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태양광 발전의 근본적인 취지와 맞지 않는 심각한 환경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등 많은 국가에서는 전자제품 내 유해물질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납을 사용하지 않는 ‘Pb-free’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과학자들은 납을 대체하기 위해 주석(Sn)과 같은 상대적으로 덜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석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는 납을 사용했을 때보다 광전 변환 효율과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져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희토류의 일종인 이터븀(Yb)을 활용하거나, 유해성분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친환경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인 쇼클리-콰이저 한계(Shockley-Queisser limit)를 뛰어넘을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실리콘 태양전지가 흡수하지 못하는 단파장 영역의 빛을 흡수하여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쌓아 올리는 ‘탠덤 태양전지’ 형태로 개발될 경우, 이론 효율을 44%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전 세계 수많은 연구진의 노력으로 상용화의 문턱을 하나씩 넘어가는 만큼, 머지않아 우리 생활 곳곳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