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누군가 띠 모양의 붉은 발진과 함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나요? 혹시 대상포진에 걸렸는데, 어린 아이나 면역력이 약한 부모님께 전염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대상포진 진단을 받으면 환자 본인의 고통도 크지만,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대상포진 전염 되나?”라는 질문은 가장 큰 궁금증일 것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불필요한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반대로 안일하게 대처하여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은 피해야 합니다.
대상포진 전염, 핵심만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 대상포진 자체가 직접 전염되지는 않지만, 원인 바이러스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전파될 수 있습니다.
- 수두를 앓은 적 없거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수두’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 전염의 주된 경로는 대상포진 물집(수포)의 진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입니다.
대상포진, 정말 전염될까? 오해와 진실
많은 분들이 대상포진을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으로 오해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상포진이라는 질병 자체가 타인에게 그대로 전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원인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는 특정 조건 하에서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과거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되면 재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유발합니다. 즉, 외부에서 새로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재활성화된 바이러스’가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전염될 수 있을까?
대상포진의 전염성은 환자의 피부에 나타난 물집(수포)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물집 안에는 바이러스가 가득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물집이 터지면서 나오는 진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진물이 묻은 물건을 함께 사용했을 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대상포진 환자에게서 옮은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에게 대상포진이 아닌 ‘수두’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게 첫 감염이 수두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사람들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과거에 수두를 앓은 적이 없는 사람
-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
-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면역 저하자, 노인 등)
- 신생아, 아이, 임산부
전염 시기 | 전염 가능성 |
---|---|
물집(수포)이 생기기 전 (초기 증상만 있을 때) | 매우 낮음 |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나오는 시기 (급성기) | 높음 (직접 접촉 시) |
모든 물집에 딱지가 앉은 후 (회복기) | 거의 없음 |
다행히 대상포진은 수두처럼 공기나 비말을 통한 전파력은 매우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된 전염 경로는 어디까지나 ‘접촉’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는 현실적인 감염 예방법 5가지
가족 중에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했다면, 철저한 생활 수칙 준수를 통해 추가적인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거창하고 어려운 방법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1.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손 씻기’와 위생 관리
환자는 물론, 환자를 간호하는 보호자는 수시로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하여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을 씻어야 합니다. 특히 환자의 물집 부위를 만졌거나 옷, 침구를 교체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2. 환자 물품은 ‘따로’ 사용하고 세탁하기
환자가 사용하는 수건, 침구, 의류 등은 다른 가족의 것과 분리하여 사용하고, 단독으로 세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탁 시에는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햇볕에 잘 말려 소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전염력의 핵심, ‘물집’ 접촉 철저히 차단하기
전염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물집에서 진물이 나오는 때입니다. 이 시기에는 환자의 물집 부위가 다른 가족의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환부는 깨끗한 거즈나 옷으로 덮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이나 반려동물이 환부에 접촉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4. ‘면역 취약군’과의 접촉 최소화하기
집에 수두를 앓지 않은 어린이나 신생아, 임산부,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 있다면, 환자의 모든 물집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는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불가피하게 접촉해야 할 경우,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부를 완전히 가린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5. 예방접종으로 든든한 방어막 만들기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예방접종입니다. 수두를 앓은 적 없는 가족 구성원은 수두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50세 이상이거나 면역 저하 위험이 있는 고위험군 성인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통해 발병 자체를 예방하거나, 걸리더라도 증상을 가볍게 하고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대상포진,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대상포진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남길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피부 발진이나 물집이 나타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고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골든타임’입니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피부과, 감염내과, 통증의학과 등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